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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험한 관계
    My island 2023. 5. 11. 22:18

    toxic relationships
    누가 했던 말인지 기억도 안나지만 하여간 사회인지 윤리 수업 시간에 들었던 누구나 다 아는 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를 대개가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뒤를 따라붙는 “그래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무리를 이루고 관계를 맺으며 살 수 밖에 없다”는 슬픈 운명적 결론까지 말이다.
    인간됨의 괴로움은 ‘인人’ 에서만도 충분하다.. 한정된 생명을 가지고 약한채로 태어나 약한채로 살다가 죽게되는 살아있는것들의 필연적인 고집멸도(도:도의 문턱에 이르지도 못한채 죽을 비율이 현저히 높지만…)에 더해지는 ‘간間’의 거리는 때로 태평양 같이 아득히 멀고 그 높이는 히말라야의 설산 처럼 험하고 높아 그 정상은 늘 구름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 괴로움과 아득함 중에 우리는 사람을 만난다. 어찌보면 사람이 하는 일 중 제일 위험한 일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기쁘고도 즐거운 일인 것도 사실이라 위험을 감수하고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낸다. 사람을 만나는게 위험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사람은 천운을 타고나서 아직 사람간의 쓴맛을 경험하지 않았거나 너무 순박하다 못해 나이브해서 쓴건지 단건지 구분조차 못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 위험한 관계가 가족이 아니라면 행운이다. 그 위험한 관계가 너무 어려서 천지분간 못할때 찾아오지 않았다면 또한 행운이다. 혹시라도 그런 관계가 너무 오래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면 그것도 얼마간 행운이다. 미국 사람들 하는 표현 중에 ‘toxic mom’ 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고 보니 toxic dad 라는 말은 없는지 궁금해진다. 하긴 아빠란 존재가 양육에 엄마만큼 큰 역할을 하지 않는건 서양 사람들도 마찬가지라서…) 특히나 엄마라는 말에, 모성에 대해 신화적 의미를 갖고 있는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말로 번역하기 쉽지 않은 표현이다. 말이 없다고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독’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엄마’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봐왔는데 딱히 표현할 말이 없다는게 더 이상할 정도이다.

    그렇게 부모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 독이 될 수 있다면 다른 타인은 오죽할까. 백기사 신드롬, 폭력적인 또래집단의 압력, 불링, 왕따, 위계적 이라는 이름 붙여진 것들 말고도 교묘히 사람을 옭아매는 독같은 관계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물론 그런 모든 관계들로부터 자유하지 않다. 때론 모른채 때론 알면서도 관계는 유지되기도 한다. 그리고 더욱 묘한것은 서로 알면서도 유지되는 관계들이다. 서로 독과 해독제를 번갈아가며 주고받으며 말이다.
    나이가 지금보다 더 적었던 시절엔 독이라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쪽이었다면 이즈음에 나는 그런 피곤한 짓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 독은 독이고 나는 곱게 편하고 평온하게 늙고 싶을 뿐이다. 외로와서 심심해서 나를 막되먹은 사람들 앞에다 막 굴리기엔 나는 너무 나이 먹었다. 나이먹어서 마음에 굳은 살이 박힌게 아니라 더욱 예민해져서 상처를 미리 거부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나를 독같은 관계들로 부터 보호할 수있다면 차라리 나에겐 외로움이 더욱 견딜만 하다는 말이다. 사람마다 선택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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